(긴글주의) 나는 흙수저다.txt



우리집은 내가 애기때는 꽤 잘 살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결혼 전에 사업을 했는데 그 사업이 대박이 터져서 서울권에서 살았고 차도 여러 대 있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를 소개팅에서 만나서 결혼

외할머니는 그 당시에 결혼 반대를 심하게 하셨단다

술을 좋아해서 결혼 반대했다고 했는데.. 글쎄.. 아마 선견지명이 있지 않으셨을까 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내가 애기때 까지는 잘 살았는데

지인에게 큰 사기를 당하면서 사업이 망했다.

순식간에 빚이 억대로 쌓이고 우리 가족은 집, 차를 다 처분하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말이 지방이지 지방의 지방이라고 볼 수 있는 개씹깡촌

집 바로 앞에 논과 밭이 있고 집 내부는 낡고 낮고 곰팡이 심하고 더울 땐 심하게 덥고 추울 땐 심하게 춥고

버스타서 나름 건물많은 곳을 갈려면 기본 30분은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불만을 가진 적이 없다.

돈이 없으면 없는거지,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중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

긍정적인 성격이거나, 성격이 존나 단순해서 생각이 없거나... 나는 후자인거같다.

그러던 와중

내가 처음으로 흙수저라는 것에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고 돈과 관련된 일에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버지 때문이다.

평소 아버지는 몸이 좋지 않아서 나가서 일을 잘 못하시다 보니 집안일을 아버지가 한다. 설거지 청소 음식 만들기 등.. 다 아버지가 한다.

웬만한 이야기는 다 들어주시고 해줄려고 노력한다. 이럴 때만 보면 몸이 따라주지 않는 착한가장st

하지만 술을 마시면 사람이 변한다.

아니, 정확히는 술을 안마시고 마시고를 떠나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를 보이는 순간에 확 태도가 돌변하지만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져 그 모습이 더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아버지는 밖에서 무시를 당했거나, 무슨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거나, 몸이 좀 힘들다 싶으면 술부터 마신다.

막걸리 반병만 마시면 술냄새를 풍기며 취한상태가 된다.

아버지는 취한상태가 되면 자기혼자 욕을하며 한숨을 푹푹 쉰다.

그러고는 밖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나한테 온다.

갑자기 나보고 회를 먹고싶다는 둥 잔치국수가 먹고싶다는 둥 생전 라면, 계란만 해먹던 나에게 어려운 요리만 해달라하니

요리를 못해서 안된다고하니 그런것도 못하며 화를 낸다.

아니 내가 요리를 해본적이 없는데 라면도 아니고 회나 잔치국수를 어떻게해주냐

레시피대로 할려면 양념, 재료 다 있어야한다. 이걸 언제 다 사서 만드냐 이러면 막무가내로 해달라고 한다.

나도 기분이 나쁘다. 언성이 높아진다.

똑같은 말을 더 큰 목소리로 반복한다.

억지 부리지 말라며 목소리를 크게 내니 어른이 말하는데 어디서 말대꾸냐며 포효를하며 손찌검을 한다.

나는 일방적으로 맞다가 친척집으로 피신했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다. 왜 내가 쳐맞아야 하며 내가 쫓겨나야 하는건지

어머니는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좀 저렇고 심기 건드는 말을 하면 과격해진다. 이해해줘야한다. 라고 하신다.

나는 당연히 이해를 못했다. 심기를 건든다? 나는 팩트로만 말했는데 그게 기분이 나쁜 건가?

그건 차츰 이해를 해가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겐 논리고 뭐고 필요가 없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윽박지른다.

그게 맞는 말이고 틀린 말이고 마찬가지다.

자기가 갑질을 당해서 피해를 입어 술을 마셔놓곤 배달원에게 똑같이 갑질을 하려고 하는 것을 막자 네가 뭐라고 막아! 하면서 맞는 상황도 있었고

술을 마시면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무시를 하면 왜 무시 하냐고 화를 내고, 대답 건성으로 한다고 화를 내고, 착하고 차 분하게 대화로 풀려해도 이새끼가! 하면서 때린다.

술 안마신 멀쩡할때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밥먹다 말고 그만 좀 씻으라고 한다. 내가 땀이 많아서 겨울에 보일러를 틀면 집에서 땀이 난다.


그래서 가볍게 물로만 몸을 닦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거 가지고 뭐라한다.

뭐 내가 바디워시로 샤워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1분도 아닌 30초도 안되는 시간인데 뭐라하질 않나

한 여름에 땀이 나니 옷을 자주 빨아야하는데 빨래를 자주한다고 뭐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술을 안마신 상태니까 짜증내면서 구구절절 이야기를 해주니 네가 뭘 아냐 아니면 아닌 줄 알아 하면서 그릇을 던지는 시늉, 칼을 들고 위협을 한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중학생때 진짜 어이없고 이상한걸로 트집잡길래 나도 어이가 없어서 자꾸 대꾸하니 칼을 들고 위협을 했다

그당시엔 그냥 내 방 문을 잠궜는데 아버지가 문 열어 씨발새끼야! 하면서 10분을 칼로 문을 찔렀다.

문이 나무로 만든거라 지금도 문 위쪽에 칼로 문을 찌른 자국이 남아있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임시방편으로 피신만했고 집을 버리고 나올 수 없었다.

집을 구할 형편도 안됐고, 아버지가 나를 개패듯 때리고 울면서 집에 나와도 다음날이되면 아버지에 대한 열받은 감정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나를 때린것에 대해 사과 한마디 안했지만 나도 아버지와 싸운날에 반항한다고 맞서 싸우기도 했기에 신경을 쓰지않았다.


그리고 나는 군대 전역 이후 처음으로 또 아버지와 싸웠다.

술을 마신 상태였고 치킨 두마리를 시키자며 생떼를 부렸다. 애초에 아버지도 나도 뭘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한마리만 시키자 했다.

계속 두마리를 시키자고 하길래 아예 무시해버리니 기어코 전화로 두마리를 시켰다.

왜 두마리 시켰냐고 뭐라해봐야 싸움날게 뻔하니 냅뒀다. 거기 배달원이 길을 헤맨 모양이다.

배달 도착 곧 한다고 전화가 오고 배달원이 길을 헤맨다고 3분을 기다렸다.

아버지는 그걸보고 치킨이 식었으면 다시 만들어오라고 말할려고 한다.

나는 극구 말리고 아버지를 집에 박아놓고 치킨을 받아 아버지에게 준다.

그러고 나는 아버지에게 아니 아빠 그러면안되지 라고 했다.

갑자기 아버지가 표정이 변하면서 씨발새끼가 왜 지랄이야? 아빠가 밥먹는게 그리 싫어? 하면서 때리려고 한다.

나는 아차 싶어 내가 말 실수를 했어 하면서 때리려는 두 손을 잡자 아버지는 머리로 내 얼굴을 수차례 가격했다.

막으면서도 계속 잘못했다고 하자

말을 듣지도 않고 치킨을 집어던지고 나보고 꺼지라고 한다.

나도 너무 좆같아서 그냥 대충 짐싸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버지는 그 상황에서 치킨을 다 버려버리고 나때문에 4만원 날렸다고 쌍욕을 한다.

나도 너무 화나서 내가 뭘 그리 잘못했어? 아빠가 잘못했잖아 라고 대들자 집전화를 박살내고, 밥그릇을 집어던져 깨버리는데 그러고도 분이 안풀리는지 칼로 위협하길래 대꾸없이 짐을 쌌다.

눈물이 나오면서도 분하고 억울해서 눈에 보이는 아무거나 가방에 넣어놓고 집을 빠져나왔다.

가방을 열어보니 화장품 몇개랑 노트 하나, 보조배터리가 끝이었다. 옷도 없고 속옷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어찌어찌 친척집에 얹혀지낸지 2일째

아버지는 연락이 없고 어머니는 절대 연락하지 말고 당분간 거기 있어라고 했다.

치킨으로 싸우고 몇시간은 너무 좆같고 화나고 눈물이 나왔지만 현재는 또 아버지에 대한 증오보다는 불쌍함이 먼저 밟힌다.

또 결국 나중에 나는 아버지가 있는 집에 들어갈 테고 이 일은 나만 기억하는 일이 되어버리겠지

그리고 내 미래를 걱정했다.

결국 나도 아버지의 아들이다. 그 성격이 있을거다. 아니 있다. 아버지와 치고박고 싸웠던걸 생각해보면 나도 그 기질이 있다.

주변에서 착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내면은 다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착한 척을 하고 괜히 양심에 찔리니 돕는 척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내 본성은 아버지와 다를 게 없는 쓰레기 본성은 아닐까

나는 아버지와 잦은 싸움을 하면서 아버지 성격이 문제인거같았다.

그러던 중 웹서핑하다 글을 봤는데 그 내용이

'밖에서 인정받고 사는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잘하지만 밖에서 무시당하고 욕먹는 아버지는 거기서는 사람 좋은 척을 하고 집 에서 가족에게 그 화를 푼다'

와닿았다.

어쩌면 금수저 축에 속해있던 과거에 비해 가난해지고 무시받는 현재의 흙수저 삶 때문에 다 받아주는 가족에게 화를 푸는 것 은 아닐까

틀린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사업에 성공했고 많은 사람을 거느리며 인정 받고 살았다면 적어도 현재처럼 쳐맞고 피신하고 이런 행위는 안하고 있지 않았을까?

흙수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돈이 없는게 불행한가? 불행하다.

적어도 이 세상에선 불행하다.



돈이 없어 기근에 허덕이는 가족들. 그러면서도 남의 시선을 신경써야하는 나라.

옛날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이제는 좆같다.

나는 담배를 싫어해서 손에 대지않는다. 가끔 친구들과 있을 때 술은 마시지만 취하지 않는 선에서만 마신다.

현역으로 들어가

냉동하나 먹을걸 아끼고 군것질 하나 하는 걸 아꼈다.

입대전 알바로 번 돈은 어머니에게 전부 드렸지만

군인으로 개고생하면서 번 돈. 그 돈으로는 나를 위해서 쓰고 싶었다.

어디가서 무시받고 싶지 않았고 흙수저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다.

구찌 메이커 지갑을 사고 아이폰을 사고 비싼 코트를 여러 벌 샀다. 그러니 군인신분으로 모았던 돈이 대부분 사라졌다.

눈을 낮춰 남은 돈으로 가격이 좀 싼 니트, 목폴라, 바지, 신발을 샀다.

옷 종류가 많아졌다. 기분은 좋았다.

적어도 지갑하나만 들고 다녀도 개무시당하진 않겠구나

하지만 흙수저는 흙수저

찐금수저와는 다른 불안감이 있다.


미래의 대한 불안감

불안한 마음가짐으로 될 일 없는 로또를 사본다. 매주 5천원으로 로또번호 구입. 그 짓을 두 달

5등만 두 번 되고 그 이상은 되지 않았다. 돈을 날렸다.

로또는 포기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옷을 사는 게 낫다.

일을 해야한다. 개같이 일해서 돈을 벌고 저축을 해야한다.

하지만 생각만 그렇게 할 뿐 달라지는 건 없었다.

흙수저라는 환경 속에서 아버지에게 맞아가며 살아왔는데 진지 하게 생각만 해봤지 뭘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었다.

생각없이 살다보니 흙수저 환경에 적응이라도 한 걸까

이러다 나도 아버지처럼 되는 건 아닐까

어쩌면 생각이 없었다라고 할지라도 내 내면에선 흙수저라는 타이틀 때문에 삶은 포기하고 핑계대며 살고 있는건 아닐까

답이 없다.

무기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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