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응급사직 할거야.blind


간호사 · 천****


이유는 너무 많지만 정말 이러한 곳은 처음 봄

노비를 해도 대감집 노비를 하라는게 이런 말인가?

대학병원만 다니다가 너무 힘들어서

좀 쉴 겸 쉬운 업무로 전향했다가 월급 만족 못해서

종합병원(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으로 다시 들어갔거든

한 달 됐는데 진짜 간호사라는 직업이 처참하다 느꼈어


일단 근무표가 반틈씩 잘려서 나와

11월 근무표도 아직 안 올라왔고

올라와도 15일까지밖에 안나와

미리 약속을 만들 수가 없어


간호조무사가 없는 날이 더 많아서

간호사가 중환자 보면서 CT찍으러 가야하고

약품, 혈액 타러 가야하고 입원환자오면

자리 새로 세팅해야하고 전동가면 청소하고

폐기물박스도 다 갈아줘야돼

이게 말이 안되는게 대학병원에서는

저 많은 업무 마저도 이송요원,청소부,사원,조무사가

나눠서 하는 일을 여기서는 간호사가 다 하고있음


저런 일만하면 다행이지,

인턴의나 당직의가 없어서 의사가 하는 일까지도 함

동맥혈검사(위험함), A-line삽입(동맥혈관확보? 위험함)

드레싱(상처소독), 위관삽입(흔히 콧줄이라 부름),

T-tube교환(기관절개관 내관 교환, 위험함) 등을

다 간호사가 하고 있더라

간호사 한명 뽑으면 5명의 인력을 아낄 수 있음

가성비 갑임 근데 그마저도 일 못한다고 매일

공지에 단톡 올라옴. 바빠도 기본적인건 지켜라고


입사한 이후로 밥 딱 한번 먹음. 입사한 날ㅋ

물마시거나 화장실 가는 건 사치임

그 시간에 환자 가래 한번 더 뽑아주는게 나음

사실 너무 바쁘고 정신없으면 화장실도 안가고싶음

목 마려운 느낌도 잊고 일함


약국이 주말에 운영을 안해서 주말에 난 처방은

간호사가 약국 문을 따고 들어가서 약을 하나하나

다 조제해서 가져와야함. 바빠 ㄷㅈ겠는데^^

조제법 위반임 약사님들 이게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지

설명 좀 해주세여…

간호사가 알약 하나하나 라벨 보면서 꺼내 가는거임

약사가 1차 거르고 간호사가 2차 거르는 상황이

다 생략돼서 투약사고의 지름길이 되는거임 물론 불법이고


당직의가 없기 때문에 새벽에 응급 환자가 생기면

일단 간호사가 수습함

의사 중 가끔 생각보다 별일 아닌데 새벽에 전화한다고

잠깼다고 짜증내는 사람도 있음

그래서 웬만하면 새벽에 전화 안 함

그 고충도 잘 알겠지만 간호사는 오죽하면 전화했겠음

의사한테 전화 한번하기 더럽게 눈치보임

간호사가 이리저리 수습하고 아침에 전화함


의사대신 오더냄

의사 아이디로 대신 내는게 아니라

시스템 상 간호사가 간호사 아이디로 직접

오더를 낼 수 있게 만들어 놨음

X-ray처방, 피검사 처방, 각종 약물 등 다 낼 수 있음

저런 검사나 고위험약물까지 간호사가 내는건 아니지 않나

이게 얼마나 황당하냐면 아침에 의사가 회진 도는데

폐렴인 환자 왜 x-ray 안찍어놨냐고 짜증냄

근데 더 황당한건 옆에서 간호사가 아..미안하다고

챙기겠다고 사과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어이없어서 다른 간호사한테

“아니..지가 오더를 안낸건데 왜 우리한테 저래요?”

이러니까 “아 그건 맞는데 아무래도 폐가 안좋은

환자다보니까…(우리가 챙겨서 오더 냈어야됐어)”

이러고 있음ㅋㅋㅋ

아니 그럼 더욱더 의사가 잘 챙겼어야지?

가스라이팅 제대로 당하고 있음


8시간 근무면 인계시간 위해서 앞뒤 30분 연장근무하는건

이해하겠는데 연장근무를 거의 하루에 4시간씩 함

근데 아무도 연장근무 신청을 안함

아무 대가없이 21시에 출근하고 익일 9시에 퇴근하는

12시간의 마법이 벌어지는데 아무도 불만이 없음


이 모든 걸 따질 때

만약 의료사고가 일어난다면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방어책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낌

약사대신 약을 조제하고

의사대신 처방을 내거나 처치를 하고

쓰레기박스를 정리하다가 내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져도

다 간호사의 책임이거든

나는 이 모든 걸 보건복지부가 알면서도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다고 확신함


간호사한테 월 300-400만 주면서 이것저것 시키면

거의 1000만원 가까이의 의료 인건비를 아낄 수 있거든

우리나라 의료 선진국? 멀어도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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