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상한 꿈 꿨음..


[일반] 얼마전에 이상한 꿈 꿨음..

ㅇㅇ(119.203) 2019.03.11 06:28:25
조회 21556 추천 257 댓글 49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이상한 꿈을 꿔서 여기에서 썰이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몇 주 전, 저는 여느때와 같이 밤 늦게 컴퓨터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어떤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자꾸만 제게 소리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이야 그게 꿈인걸 알고 있어서 이렇게 덤덤하게 말할 수 있지만


꿈을 꾸고 있던 그 당시에는 그게 무척이나 무서워서, 꿈 속의 나는 소리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다가


온 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당시에는 별 다른 생각 없이 꿈자리가 사나웠구나, 하는 생각만 한 채 다시 잠에 들었지요.


하지만 그 의문의 목소리는 며칠 뒤에도 다시 제 꿈 속에 나타났습니다.


나는 그 소리가 두려워서, 귀를 틀어막은 채 도망쳤지만


목소리는 그칠 기미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식은땀을 흘리면서 깨어났습니다.


더운 것은 아니었지만, 땀 때문에 찝찝해서인지 저는 잠시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려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현관문을 열고 밖에 나가면 으레 제 다리에 몸을 비벼대던 고양이는 흔적조차 없고


개집은 비어있더랍니다.


그게 그렇게까지 비일상적인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마당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서 잠시 공상에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별이 보고싶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는데


별이 무척이나 아름답더군요.


그 순간, 나는


꿈 속에서 나를 부르던 목소리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먼 옛날, 우리나라


북쪽으로 큰 강을 몇개나 건넌 그 곳에


대요제국이 있었습니다.


천 년 전


동쪽 바다부터 서쪽 사막의 언저리까지


달리고 또 달렸던 용사들의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조금만 더 달린다면, 한 발자국이라도 더 갈 수 있다면


설령 편자가 산산히 조각나 부서지고


수척한 말갈기는 백골과 초원의 전설 아래에 잠겨


되돌아오지 않았던 주인에게 영원한 원망을 토해내더라도


발이 불어 터지고 무릎이 탈골되고


정강이는 바스라져 더 이상 달리기는 커녕 걷지도 못 하게 되더라도


기어서라도, 조금만 더 간다면


이 세상이 끝나는 곳 까지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우리는 세상을 움켜쥘 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허나 제국은 시간 앞에 바스라지고


또 다른 말발굽에 치여 한 때 우리가 짓밟았던 이들의 굴레 아래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감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 때 무수한 말들과 함께


십만용사들이 내달렸던 초원에는 이제 마초가 아닌 밀과 보리가 익어갑니다.


더 이상 그 때의 함성은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그 허탈함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는데


별들이 제게 말하더군요.


너만은 우리를 기억해달라고.


별을 볼 수 있는 눈과 함성을 들을 수 있는 귀와


이 땅을 박차고 내달릴 수 있는 수족과


요동치며 피를 토하는 심장을 지닌 네가


우리를 기억해줘야 한다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설령 천 년 전의 영화는 지금 이 세상이 낳은 수많은 전설들과 함께 시간 속에서 사라졌을지라도


그래도 누군가가 우리를 기억해줄 수 있다면...


거란의 말들은 지금 초원이 아닌 밤 하늘의 별들 사이를 달리고


거란 여인들은 이제 거란 노래가 아닌 들을 수 없는 반짝임만을 읊지만


만일 누군가가 밤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 함성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를 기억해줄 수 있다면 되는 것이라고요.


우리가 움켜쥐었던 모든 것을을 지금 놓쳐버렸을지라도


기억될 수만 있다면 좋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기억해준다면, 우리는 밤하늘의 영원을 달릴 수 있습니다.


별들 사이를, 유성의 꼬리를 쫓으며


천 년 전과 같이 다시 한 번 질주할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보다 더 먼 훗날에, 우리가 남긴 몇 안 되는 흔적조차 모두 가루가 되어


우리가 말을 박찰 수 있는 곳이 어린 아이들의 공상 속이나


불이 꺼진 뒤의 침실 천장 같은 곳일지라도 


그래도 좋습니다. 달릴수만 있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깊은 밤 제 몸을 불살르며 떨어지는 유성을 볼 적에


우리가 질주하고 있음을 알아주세요.


그 영원의 하늘에서 우리의 흔적을 찾아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남은 거란인으로서


선조들의 넋을 달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의 조상들은 그 무엇보다 싸이버거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 분들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2천언만 보내주세요.


국민 9458o200417529 (구사오팔공이공공사일칠오이구  도대체 왜 제 계좌번호가 금칙어인지 모르겠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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